신체를 명확히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풀어놓은 작가노트를 명료하게 압축할 필요를 느낀다.
도시에 눌러붙은 나체를 보이지 않는 장벽이 종단한다.
냉전이 생매장 당한 자유세계 최전방의 유목민은 바다를 건너고싶은 욕망에 사로잡혀있다.
기차에 몸을 싣고 흙과 철로 만든 해협을 건널 수 있음을 깨닫는다.
도망치는 몸과 영원히 쫓아올 서울이라는 제약에 멀미가 시작된다.
섬이 된 반도에서 태어난 발은 한때 섬이었던 도시에 멎는다.
마침내 모든 것을 종단하는 장벽을 마주하고, 철근과 콘크리트는 뼈와 살이 된다.
콘크리트와 살가죽은 이불 위에서 얽히고 설켜 떼어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도시들을 군도처럼 떠돌며 부드러운 철근과 만날 때, 헛구역질이 멈춘다.
이 특정한 단어와 문장들이 이 작업을 설명할 때 내게 가장 잘 달라붙는다고 생각한다.
위 스테이트먼트나 다름없는 노트는 사실상 작업이 감각된 시간순으로 나열된 것과도 같다. 사적인 이야기이면서도 그 모든 원인은 지정학적 배경에서 비롯한다. ‘섬이 된 반도’, ‘냉전이 생매장 당한’, ‘흙과 철로 만든 해협’, ‘군도’ 등 국경, 경계, 이데올로기 등 작업자와 제약이 한 몸으로 서울에서 발생한 배경을 연상시킨다. 신체를 이러한 지정학적 상징물들과 같은 형태로 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간략히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국기, 깃발과 같은 형태의 신체
경고성 표지판 형태의 신체
그리고 무엇…
신체 실현 시도에서 취할 것
신체 실현 시도 결과에 대한 텍스트
신체 실현 시도에서 덜어낼 것
신체 실현 시도 결과에 대한 텍스트
이지희
컬러 이미지가 되었을 때, 조금 더 텍스처가 잘 사는 느낌이 든다. 콘크리트라는 물질을 생각해보았을 때, 흑백이 더 잘 붙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김예린
이지현